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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한일 유스포럼을 다녀와서

한일 유스포럼을 다녀와서

김한이(연세대학교)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학교 동아리 ‘2015 한일협정 재협상 추진 대학생위원회(Beyond 1965)’를 통해서 알게 된 한일 유스포럼은, 비록 일정이 맞지 않아 2박 3일로 원래 일정보다는 짧게 참여할 수밖에 없었지만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다.



첫째날 6월 19일에는 야스쿠니 신사와 그 안에 위치한 전쟁 박물관인 야스쿠니 유슈관을 다녀왔다.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 중 하나인 야스쿠니 신사인 만큼, 함께 있는 야스쿠니 유슈관에서 볼 수 있는 내용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부터 동아시아를 모두 지키기 위해 시작한 ‘대동아전쟁’, 그 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위대한 군인들…. 일본어에 능숙하지 못해 영어로 된 설명만 읽거나 함께 가신 분들이 설명해 주신 내용밖에 듣지 못했지만 일본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이 일으킨 침략 전쟁과 그 와중에 저지른 전쟁 범죄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런 내용이 완전한 진실이 아니고 왜곡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설명이나 전시를 (일본의 입장에서) 굉장히 잘 해놓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왜곡된 역사가 교육되기에는 참 효과적인 장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곳에 방문하는 관람객이 연간 35만 명 정도 된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둘째날 20일에는 숙소인 YMCA 호텔에서 유스포럼을 진행했다. 오전에는 우츠미 아이코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일본의 침략을 당했던 조선과 대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후에 일제 강점 피해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한국인 BC급 전범에 대해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어렴풋이 ‘저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게 아니라 ‘이항렬 할아버지’라는 한 개인의 이름 아래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 다른 아픔이었다. 또 한 가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여태까지 일본의 전쟁 범죄의 피해자를 단순히 한국에만 국한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었다. 흔히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있어 미국 등에서도 그나마 우리나라의 논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주장이 보편적 인권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였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떠나, 당시 저질러졌던 모든 참혹한 전쟁 범죄는 모두 인권의 관점에서 봤을 때 어긋나는 일들인데도 그 피해의 적용범위를 무의식 중에 대한민국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에는 먼저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에 대한 의견을 각자 쓰고, 이것들을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조를 나눠서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19년 동안 내가 만나보고 이야기 해볼 수 있었던 일본인이라고는 고등학교 때 일본어 원어민 선생님밖에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도, 미디어에서도, 하다못해 가정에서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과거사에 대해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열심히 알고자 하는 모습이 약간 충격이기도 했다. 일본인이라면 모두, 일단은 자신들의 잘못을 담은 과거사에 대해 굳이 알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이 틀린 것이었음을 느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나름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사학과까지 온 학생인 내가 여태까지 역사에 관련해서 무언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고자 한 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러 의미에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토의 시간이 끝나고 나서는 아베 정권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통탄하는 집회에 참가했고, ‘한일재구축캠페인 2015’에서 다함께 ‘바위처럼’을 추었다. 특히 집회는 거리 행진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와중에 몇몇 일본 시민 분들이 엄지손가락을 올려주는 방법으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서 굉장히 뿌듯했다.



나로서는 마지막 날이었던 21일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WAM(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로 견학을 다녀왔다. 그렇게 자세하게 일본군 성노예 문제만을 다루는 곳은 처음이었고, 그게 일본에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연간 방문객이 3000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야스쿠니 신사의 연간 방문객이 35만 명이라 했던 것과 비교되어 기분이 참 그랬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안 사실이긴 했지만, 6월 한 달에만 벌써 피해자 할머니 세 분이 별세하셨다. 한 분 한 분 돌아가실 때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아프긴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짧은 간격으로 돌아가신 것은 처음인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렸다. 남아계신 할머니들이 부디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꼭 일본의 사과를 직접 받으시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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