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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 소개

아래는 하종문 회원님이 직접 쓰신 소개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월 30일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도움으로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728쪽)를 출간했습니다. 삼일절 기념사 이후 한일관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답답한 국면을 여러 각도에서 살피고 새로운 처방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졸저에 관해 소개 말씀을 드리면서 일독을 청합니다.


저는 1998년부터 시민법정 ‘일본군성노예전법국제법정’(2000년 12월 도쿄에서 개최, 이하 2000년법정)의 준비 작업에 참가하면서 일본근대사 연구자로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파고들게 되었습니다. 2000년법정 이후 저는 연구 틀을 새롭게 다잡았습니다. 피해자가 겪은 ‘가해’를 일본군의 운용 체계와 결부하여 파악함으로써 위안소는 군부대 주변의 성매매업소와 질적으로 달랐다는 사실을 논증하려고 했습니다. 요컨대 위안소는 일본군의 조직 체계와 작전에 깊숙이 결부된 ‘군사시설’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저의 작업 방향은 ‘위안부’에서 위안소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부터 방대한 양의 진중일지를 탐독해 나갔습니다. 각급 부대의 공식 기록물인 진중일지를 통해 위안소의 설치와 이용은 부대의 이동, 주둔, 작전, 훈련 등과 분리할 수 없는 군 행동의 ‘일부’였음을 찾아냈습니다. 위안소를 개설하고 운용하는 일은 해당 부대가 수행하는 작전 및 주둔 태세와 연계된 업무의 일환이었으며, 위안소 출입은 지휘관이 통제하는 ‘외출’에서 비롯되는 공식적인 일과 중 하나였습니다. 진중일지를 매개로 함으로써 ‘점’에 지나지 않던 일본군‘위안부’와 위안소 관련 자료는 ‘선’과 ‘면’을 채워나가며 전시 성폭력의 퍼즐을 풀어내고 전시 성노예라는 본질을 증명하는 열쇠일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7장으로 된 졸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례를 들죠. 태평양의 절해고도 오키다이토섬(沖大東島)수비대는 1944년 12월 미군 상륙이 임박하자 섬의 ‘민간인’을 전부 퇴거시키면서도 상급부대(보병 제36연대)의 명령에 따라 조선인 ‘위안부’ 7명을 잔류시켰습니다. ‘위안부’를 ‘군 요원’으로 간주했던 것이죠. 미군이 상륙하지 않아 ‘위안부’는 살아남았습니다만, 총포탄이 난무하는 최전선에서 위안소는 명백히 ‘민간’의 성매매업소가 아니라 ‘군 시설’의 일부였음이 확인됩니다.

책을 집필하는 내내 저는 ‘위안부’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바라보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고민했습니다. 이는 자칫 한국과 한국인으로만 좁혀지는 ‘위안부’를 넘어 전 세계의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닥칠지 모르는 전시 여성 성폭력의 구조와 제도를 포착하는 뼈아픈 계기로서 위안소를 궁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피해자가 존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다음 베이스캠프를 갈고닦는 과제는 절실합니다. 졸저 또한 그 험로를 헤쳐 나가는 작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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